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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김강님 합작 참여- 단편소설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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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린ㅣ링 작성일21-07-27 20:50
조회 346회 댓글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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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린 단편소설-

★약 GL 주의! 부탁드립니다!

거의 들어있지 않지만 GL이 불편하시다면 뒤로가기 꾸욱~ 부탁해용~

GL이 뭔지 모르시다면 초록창으로 가서 검색해보세요~★

-


“예쁘네.”


툭 던지듯, 은화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였다.

은화는 고개를 살짝 틀어 사르르 녹고 있는 아름다운 노을의 전경을 그녀의 두 눈에 담았다. 잠시 동안 , 그녀의 연한 분홍빛 눈에 따뜻한 노을의 색깔이 덧칠되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을을 보니,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날의 색깔, 감정, 그리고 기억들 그 자체가 그녀의 머릿속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처럼.


‘기억하기는 싫은데,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애써 기억을 지우려 해도, 피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든 그녀의 머릿속에 남아있으려고 했다. 은화가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것은 오히려 더 밝은 색깔을 내고 더 선명해지려 했다.


“...아니야. 안 돼.”


더 이상 기억할 수는 없었다. 다시 그 고통을 경험할 자신이 없었다.

이 고통스러운 일상이, 기억에게도 저항할 수 없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은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억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아아…”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은화는 또 다시, 기억의 늪 속으로 깊숙히 끌어당겨졌다.


-


“으음..”


정신을 차려보니, 은화는 그 꽃밭에 있었다.

유난히 꽃이 아름답고 노을이 예뻤던 그곳.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이 마음에 들어, 종종 찾아갔던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그녀의 운명을 바꿀 그 사람을 만났던 곳.


‘아... 혼자 와서 울던 그곳이구나.’

어린 은화는 우울할 때마다 이 꽃밭에서 울고는 했다. 그녀의 삶이 우울감으로 가득해서 그런지 더더욱 자주 찾아오던 곳이었다.


우울한 기분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은화는 빙그레 웃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그녀는 항상 기억 속에서라도 이곳에 오게 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고통스러운 기억과 시간의 굴레 중 가장 행복한 기억이 있는 그 꽃밭.

오랜만에, 은화는 순수한 아이처럼 웃을 수 있었다.


‘그러면 뭐 해. 앞으로 올 고통에 비하면, 이 느낌은 별것 아닌걸.’


순간 정신이 퍼뜩 들며 그녀는 생각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한두번도 아니고, 노을을 볼 때마다 그 시간을 다시 살아야 한다니.

솔직히, 그녀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은화는 무의식적으로 아름다운 꽃 화관 하나를 완성해버렸다. 오랫동안 플로리스트 수업을 들으며 꽃을 보기만 하면 아름답게 만들고 꾸미는 것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부터 꽃을 좋아했기에, 그녀는 항상 플로리스트를 꿈꾸었었다.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결과는, 완벽한 꽃 화관의 결과물에서 예상할 수 있다.


그녀는 완성한 화관을 이리저리 돌리며 꽃의 향기를 맡았다. 꽤 만족스러웠다. 기분이 조금 더 나아졌다.

그리고 또… 꽃이 그리워졌다.


“꽃 안 만져 본지 진짜 오래됐는데.”

‘아직도, 나는 놓지 못한 건가...’


고통과 트라우마로 인해, 은화는 자신의 오랜 꿈마저 놓아야 했다. 그래도, 놓았지만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할까. 어디선가 꽃 향기가 풍기거나 할 때마다 몸이 반응해 은화는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 외에도 꽃만 보면 운명처럼, 그녀 안에 숨어있던 꿈이라는 것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보다는 꿈 없이 사는 것이 백배, 천배는 더 나았다. 그래서 그녀는 꿈을 다시 잡을 엄두를 내본 적이 없다.


‘이제, 잊을 때도 됐잖아.’

‘그만.. 그만하자, 제발..’


툭.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와 설움을 담아 꽃을 하나 꺾었다.


‘나는 왜 잊지 못하는 거야.’


툭.

꽃이 하나 더 꺾였다.


‘대체 왜…’


바스락.

은화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안녕?”


이제 은화는 익숙한 그 목소리를 듣고 놀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이것은 사실적이긴 하지만, 그저 과거의 회상일 뿐이었으므로.

은화는 그저 관전자일 뿐이었다.


“넌… 누구야..?”


은화는 고개를 들어 너무나도 익숙하고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달빛을 담은 듯한 은은하게 빛나는 금발. 그리고 그들에게 빛을 쏟아부어주고 있는, 노을이 지는 하늘의 색깔을 그대로 담은 듯한 반짝이는 눈. 그리고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까지.

피아였다.


-


“넌 어쩌다 여기를 찾아온 거야?”

유난히 아름다운 노을을 나란히 앉아 지켜보던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을 깨며 피아가 물었다.


은화는 흠칫 놀랐다. 미래에는 피아가 그 누구보다 믿는 사람이 되었지만, 과거의 은화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존재였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 내가 왜 그걸 너에게 이야기해줘야 하지..?”


그렇지만, 옛날에는 훨씬 더 신경질적이었다.


“사실… 너에게는 친구가 필요해 보여.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네가 고통스럽지 않을 것 같아 보여서..”


의외의 친절한 대답에 은화는 흠칫 놀랐다. 지금까지 그녀의 인생에서 이렇게 큰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은 만난 적이 없기에.


그녀는 피아를 처음 보았지만, 그녀에게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피아를 믿고 싶었다. 아니, 벌써 그녀를 믿었다.


은화는 곰곰이 생각하다, 겨우 입을 뗐다.


“나… 외로워… 많이.”


그리고 피아에게 털어놓았다.

은화의 엄마는 그녀의 언니만 사랑하고, 아빠는 바빠서 얼굴도 못 보는 날이 많다는 것을.

또 학교에서는 모두가 그녀를 은근슬쩍 피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한 행동이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어, 은화의 성격이 지금과 같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은화가 힘들다는 것을.


이 모든 것들을, 그리고 그녀의 고통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가 그것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순간이었다.

피아와 은화의 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


-


‘휘익-’


기억의 소용돌이는 드디어 멈춘 후 그녀를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상대로 그녀가 다니던 플로리스트 학원이었다.

그때의 은화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달리 갈 곳도 없어 학원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여기네..”

그녀는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휴가를 가신 학원 선생님이 남겨주신 쪽지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그녀는 학원 건물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띡-띡-띡-띡-

은화는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으아아아악!”


학원 테이블 위에는, 피아가 마치 자기 집에 온 듯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이때쯤에는 두 사람이 꽤 친하긴 했지만, 그래도 은화는 충격을 받았다.


“왔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너…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여기 재미있어 보이는데? 꽃으로 뭘 만드는 곳이야?”, 피아가 물었다.


‘ㄱ...그거 중요한 것 같은데…’

“응..! 꽃꽂이도 할 수 있고, 꽃다발도 만들 수 있어..!”


“그게 뭔데, 뭔데? 나도 해볼래!”, 피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런.. 좀 난감해지겠는데.’


하지만, 피아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서는 은화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하.. 연습이라 생각하지 뭐.’


-


“와아! 예쁘다!”

피아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함께 만든 꽃다발은, 말 그대로 아름다웠다.

은은하게 빛이 나는 듯한 커다란 달맞이꽃이 중심을 잡아주었고, 물망초와 안개꽃이 주위를 부드럽게 장식해주었다. 라일락과 흰 장미, 스위트피가 곳곳에서 작은 포인트를 주어 꽃다발이 더욱 풍성해 보이게 했다.


은화는 멍하니 꽃다발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자신이 만든 그 어떠한 작품보다도 아름답고 풍성한 꽃다발을 보자 그저 멍하니 쳐다보게 되었다.


“너.. 미적 감각이 생각보다 뛰어나구나?”


“뭐야뭐야! 그럼 나를 뭐로 본거야!”


피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은화는 멋쩍게 웃었다.


‘이전에는 거의 웃은 적이 없었지..’

은화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 와중에 피아는 꽃다발을 들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설렜고, 뿌듯해졌다.

은화가 다가가서 꽃다발을 보자, 그녀의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꽃다발이 은은하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꽃다발은 절대 시들지 않을 거야.” 피아가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왜 그냥 친구와 있을 때 심장이 뛰는 걸까. 너무 가까워서 그런가?
 

피아가 눈을 찡긋했다. “내가 원한다면, 어떻게든 돼.”


-


다시 은화가 정신을 차렸을 땐, 어둑어둑하고 익숙한 골목에 서 있었다.


‘좋은 기억은 끝이네..’


폭풍 전의 잔잔함은 이제 끝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폭풍이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탁- 탁-

은화는 달리고 있었다.


“얘는 어딨는 거야, 대체..”


그렇다. 그녀는 피아를 찾는 중이었다.


이때쯤이면, 피아가 사라진 지 3일 정도 됐던 것 같다.


“하아- 하-..”

다리에 힘이 풀려, 은화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처참히, 무너졌다.


-


기억을 편집해버리고 싶었다.

그녀를 위로해 줄 한 사람이 사라져 혼자 방에서 흐느껴 울던 기억을.

다시 혼자가 된 고통을 느끼며 무너지던 기억을.

그리고, 꿈을 놓게 되었던 기억도.

꽃만 보면 피아가 생각났다. 아직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렇지만..

이번 루프는 무언가가 달랐다.

전에는 자신의 고통과, 과거의 자신과 하나가 되어 모든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고 함께 무너졌다면, 이제는 이를 악물고, 눈을 꼭 감고 버텼다.

미래에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을 알기에.

이것이 현실이 아닌 것을 알기에.

그런 생각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아침은 밝았다.


-


“으음..”

은화는 눈을 떴다.

다시 그녀가 쓰려졌던 언덕에 와 있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새벽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루프 후의 기분도 조금 달랐다.

추천6

댓글목록

아린ㅣ링님의 댓글

아린ㅣ링 작성일

[노을]
안녕하세요 자까입니다!
제가 공홈에 올리는 첫번째 글이네요(❁´◡`❁)
슬프죠... 네  ;-; 은퍄 너무 이어주고 싶었는데 못 이어줘서 미안하네요...
음 일단 은화는 트라우마로 인해 노을을 볼 때마다 피아와의 기억이 한번 재생되는 것처럼 루프에 빠지는 거고, 피아는 인간이 아닙니다..!(저도 뭔지는 잘... )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풀자면
은화랑 피아랑 꽃다발을 만들잖아요? 꽃말에도 나름 뜻이 있답니다..!

달맞이꽃: 달을 맞이한다=노을, 그들이 만난 시간을 상징/꽃말은 기다림/보이지 않는 사랑
물망초: forget-me-not,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진정한 사랑
안개꽃: 맑고 깨끗한 마음/사랑의 성공/영원한 사랑
라일락: 첫사랑/사랑이 싹트다
흰 장미: 순결/새로운 시작
스위트피: 우아한 추억/즐거움/나를 기억해주세요

열심히 쓴 제 첫(단편) 소설 예쁘게 봐주셔요~!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시면 댓으로 질문 부탁드려요~

한류아님의 댓글

한류아 작성일

세상에...ㅜ 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진짜 왜 여기계세요.... 필력 너무 쩌시는데요...ㅠㅠㅠㅠㅠㅠ 돈내고봐야할것같애요......엉엉...허엉...

아린ㅣ링님의 댓글의 댓글

아린ㅣ링 작성일

세상에 ㅜㅜㅜㅜㅜㅜ 류아샘이 제 소설을 읽어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돈내고라뇨! 아니여요 저는 그정도가 아니에요 ///
열심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o(*゚▽゚*)o)))

클라라ஐ님의 댓글

클라라ஐ 작성일

아린ㅣ링님의 댓글의 댓글

아린ㅣ링 작성일

ㅈㅅ
ㅋㅋㅋㅋㅋㅋㅋㅋ

클라라ஐ님의 댓글의 댓글

클라라ஐ 작성일

추천하고 갑니다 실친씌

아린ㅣ링님의 댓글의 댓글

아린ㅣ링 작성일

고마워 (((o(*゚▽゚*)o)))

엘렌님의 댓글

엘렌 작성일

단편인데도 이렇게 아련함을 전할 수 있다니 신기해요 ٩( ᐛ )و✧ 글은 잘 못 써서 이렇게 잘 쓰시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막 부럽고,,, 아린님 필력이 보통이 아니셨어 8ㅁ8 추천도 남기고 갑니다 허허허

아린ㅣ링님의 댓글의 댓글

아린ㅣ링 작성일

헐헐 대마님 맞으시죠? ㅠㅠㅠ
아련함이 전해지다니 목표 달성이네요(((o(*゚▽゚*)o)))
에이 글 잘 쓰실 것 같은데요?
헐헐 감사합니다(´▽`ʃ♡ƪ)(❤ 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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