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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게시판 책갈피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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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ho° 작성일21-09-10 23:34
조회 318회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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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던 그 날부터,
우리는 아마 태양이 아닌 달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달은 태양보다 빛나지 않지만, 그 주위를 밝게 비추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므로.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빛보다, 밤하늘에 하나의 구멍이 뚫린 듯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빛이 좋았다.
그래도 그 빛은 건물 벽면을 환히 비출 수 없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올 수도 없을 만큼 희미하였을 것이기에,
결국 달은 해보다 빛날 수 없었다.

익숙한 것은 더 많이 기억되고, 더 많이 생겨나는 동시에,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우리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으며, 또한 알아야 했던 것들이고,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수 많은 길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전쟁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죽은 너를 계속 생각하고만 있다.

"아, 진짜 짜증나잖아…"

눈물을 흘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나온 결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나는 그때처럼 활짝 웃을 수는 없지만, 너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보기로 했다.
그게 나의 마지막 선물이자, 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그리고 내게 너는―

너와 함께였던 날, 함께 읽은 책의 157쪽에 꽂혀있던 책갈피.
글자뿐인 책 사이에서 나온 하나일 뿐이었으나, 무엇보다 아름답게 피어있던 꽃같은 존재였다.

.
.
.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죽었을 텐데.
다시 눈을 떴을 때, 네 목소리가 들렸다.

"레아, 정신이 들어? "
"…어라. "
"괜찮은거야? 아까 의사선생님이 안정을 취하라 하셨어. 일단 누워있어, 일어나지 말고! 물수건 가져올게. "

'뭐지, 환각이라도 보고있는건가. 사후세계?
프론이라니, 말도 안된다. 하지만 프론이… 내 옆에 있어. '

"잠깐, 프론, 가지마. "
"어? 왜? "
"… … "
눈 앞의 프론은 마치 환상이 아닌 것처럼 선명했고, 목소리는 여전했고, 그런 네가 너무 그리웠다.
전쟁이 일어나 모든게 망가져있던 그 때 그 상황과는 달리, 너무도 평화롭고 따스한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옆에, 네가 서있다.

"보고싶었어…"
프론의 소매를 살짝 잡은 채로, 한참을 멍하게 있던 레아가 말을 꺼내는 동시에, 레아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왜 울어, 아니, 어? 많이 아파? 아직 열이 많이 나나? 무슨 일 있던거야? 꿈 꿨어? "
당황한 프론은 횡설수설하면서도 레아를 걱정했다.
레아는 그런 프론을 빤히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 아파. 괜찮아. "


조금이라도 더,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너와 조금만 더 함께 있겠다고. 그렇게 항상 생각했다.
아아, 만약 지금 내가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면, 책갈피를 꽂아둔 그 페이지의 내용처럼, 이 기억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만들 테니까.


그렇게, 우리의 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추천1

댓글목록

who°님의 댓글

who° 작성일

후입니다.!!~! 사실 잡글이랑 자캐 조각글만 쓰다가 소설을 쓰려니까 좀 많이 떨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네요..ㅋㅋㅋㅠㅠ 연재는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써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화까지 쓸수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욥~!~!!ㅎㅎ!!!! (+캐릭터는 아린님, 연슼님께서 디자인해 주셨습니다!!

연슼님의 댓글

연슼 작성일

와.. 처음에 태양하고 달 묘사가 너무 좋은것 같아요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빛보다, 밤하늘에 하나의 구멍이 뚫린 듯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빛이 좋았다. 이장면 진짜
계속 기억에 남을것 같을 정도로 보자마자 충격먹고 감격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무언가,책갈피지만 그 사이에 있던 추억으로 하나의
꽃이라는점도 진짜 보자마자 감탄했어요
레아와 프론이 다시만나고 어떤일을 겪게 될지 궁금해오 !!!!!
담편시급 o(`ω´ )o 진짜 작가라고 하셔도 믿을정도에요 !!짱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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